한때 네이버가 주도했던 글로벌 메신저 ‘라인(LINE)’이 이제는 완전히 일본 자본의 손에 들어가면서, 플랫폼 생태계와 디지털 경제의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이번 사례는 단순한 인수합병을 넘어, 국가 간 자본 이동과 기술 주도권의 변화, 그리고 플랫폼 소유권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
‘라인’이라는 하나의 플랫폼이 어떻게 경영권 분쟁 속에서 일본 자본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되었는지, 이 과정이 한국 주식시장과 디지털 산업 전반에 어떤 함의를 주는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네이버 퇴장, 경영권 갈등이 불러온 플랫폼의 이탈
라인은 네이버가 2000년대 후반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공들여 키운 대표적인 플랫폼이었다. 특히 일본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며, 한국을 대표하는 'K-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2021년,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각각 50%씩 출자해 만든 'Z홀딩스' 산하에서 라인과 야후재팬을 통합하면서 공동 경영 체제로 전환되었다.
이때부터 네이버는 라인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력을 점차 상실하기 시작했다. 특히 양측은 경영 전략, 기술 개발 방향, 사용자 데이터 처리 등 주요 사안에서 이견을 보였고, 라인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 보안 이슈가 발생하면서 책임 소재를 두고 갈등이 심화되었다. 결국 2023년 말, 네이버는 일본 소프트뱅크 측에 지분을 완전히 넘기며 라인에서 완전 철수했고, 라인은 일본 자본의 지배 하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기업 매각을 넘어, 플랫폼 소유권이 디지털 생태계와 기술 주도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일본 자본, 플랫폼 영향력 확장… ‘라인 국산화’ 성공
라인이 일본 소프트뱅크의 품에 완전히 안기면서, 일본은 사실상 자국의 메신저 플랫폼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는 일본 내에서 자체적인 메신저 앱이 없었지만, 라인을 ‘사실상 국산화’함으로써 검색, 커머스, 광고, 핀테크 등 다양한 영역에서 플랫폼 주도권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특히 소프트뱅크는 이미 ARM 인수, 알리바바 투자 등 글로벌 IT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해온 기업이다. 이번 라인 완전 인수는 일본의 디지털 경제 전략, 특히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슈퍼앱 구상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야후재팬과의 통합 이후, 일본은 검색, 뉴스, 쇼핑, 결제 등 다양한 기능을 하나의 앱 안에 통합하는 ‘디지털 허브’를 구축 중이다. 이는 단순한 플랫폼 소유권을 넘어, 향후 일본 경제 전반의 데이터 기반 성장 전략과도 직결된다.
이처럼 일본은 라인을 통해 디지털 주권을 확보하는 동시에, 플랫폼 기술과 사용자 경험까지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플랫폼 기업들에게도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디지털 경제에서 ‘소유’와 ‘통제’의 진짜 의미
이번 라인 사태는 디지털 경제에서 ‘플랫폼 소유권’이 왜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플랫폼은 단순한 IT 서비스가 아니라, 사용자 데이터, 광고, 커머스, 금융, 인공지능 등 다양한 가치를 창출하는 경제의 중심축이다. 누가 그것을 소유하고 운영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패권이 결정된다.
네이버가 라인을 잃었다는 것은 단순히 메신저 하나를 넘긴 것이 아니라, 일본 시장에서 구축했던 사용자 기반과 데이터, 그리고 생태계 전반을 상실한 것과 같다. 이는 한국이 디지털 패권 경쟁에서 얼마나 불안정한 위치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더불어, 이번 사례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해외 진출이 단순한 진출을 넘어, 자본과 지분 구조에서 실질적인 통제권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고민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기술력만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고, 플랫폼의 지속 가능성은 결국 ‘소유구조’와 ‘거버넌스’에서 결정된다.
한국 플랫폼 기업의 생존 전략은?
라인의 일본 편입은 한국 기업들에게 단순한 사례가 아니다. 앞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플랫폼 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장기적인 자본 전략과 지배구조 설계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투자 유치나 수익성 확보에 급급한 나머지 플랫폼의 핵심 소유권을 외국 자본에 넘기는 일이 반복된다면, 또 다른 ‘라인 사태’는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
한국 정부와 산업계는 플랫폼 주권을 지키기 위한 정책적 뒷받침과 함께, 기업 스스로도 글로벌 전략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지금이야말로, ‘플랫폼의 소유와 통제’에 대한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할 시점이다.